가구를 디자인할 때 우리는 흔히 ‘형태(Form)’와 ‘물성(Material)’에 집중합니다. 어떤 나무를 쓸지, 어떤 모양으로 깎을지 고민하죠. 하지만 가구가 완성되어 공간에 놓이는 순간, 또 하나의 디자인 요소가 탄생합니다. 바로 **’그림자’**입니다.
저는 가구 그 자체보다, 그 가구가 공간 속에 놓임으로써 생겨나는 **’공간의 공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꽉 채워진 덩어리(Mass)로서의 가구는 공간을 압도하지만, 비워진 여백을 품은 가구는 공간과 대화합니다.
건축물이 거대한 지붕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기둥(Column)과 보(Beam)를 세우고 하중을 분산시키듯, 의자 역시 사람의 체중을 온전히 받아내면서도 구조적인 안정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얇은 다리 4개로 80kg가 넘는 하중을, 그것도 움직이는 동하중(Dynamic Load)을 수년 동안 버텨야 하니까요.
이번 [S-Chair] 시리즈의 영감은 한강을 건너다 본 교각의 아치 구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리의 상판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아치는 시각적으로는 유려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역학적으로는 위에서 누르는 힘을 양옆으로 분산시키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구조입니다.
저는 이 구조적 미학을 가구에 적용했습니다. 다리와 좌판이 만나는 결합부에 불필요한 보강목을 덧대어 투박하게 만드는 대신, 힘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아치형 프레임을 설계했습니다. 이를 통해 의자의 시각적 무게감은 덜어내고, 내구성은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뼈대만 남았음에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튼튼한 것. 가구는 가장 본질적인 형태의 건축이어야 합니다.